흔히 여행의 즐거움으로 세 가지를 꼽는다. 보는 즐거움, 먹는 즐거움, 사는 즐거움이 그것이다. 여행을 하면서 새로운 문화와 풍광을 접하는 것처럼 우리 마음을 즐겁게 하는 것이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많은 시간과 비용을 치르면서도 여행을 떠나는 이유이다. 여행지에서의 새로운 경험으로 인해 인생의 폭이 넓어지고 사고(思考)의 깊이를 더하기 때문이다.

먹는 즐거움은 인간의 3대 본능이다. 자주 대하는 음식보다는 낯선 여행지에서 그 지방 특유의 음식을 먹는 즐거움은 여행을 앞둔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로망이다. 여행지 고유의 특산물과 기념품을 사는 즐거움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쇼핑은 인간의 소유욕을 충족시키는 가장 기본적인 행위가 아니던가.

이에 더하여 필자는 여행의 즐거움으로 세 가지를 더 꼽고 싶다. 준비하는 즐거움, 사람 만나는 즐거움, 기록하는 즐거움이 그것이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여행할 곳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펴면서 그 기대에 크게 마음 설레게 된다. 뭐든지 자기 힘으로 손수 했을 때 설사 그 결과가 약간 어설퍼도 보람은 더 있게 마련이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걸 챙겨주는 여행보다는 숙소와 교통편 예약부터 먹는 것, 구경하는 것까지 여행의 모든 걸 직접 준비하게 되면 그로 인한 즐거움은 배가(倍加) 되고, 비용은 반감(半減) 된다.

여행 중에 좋은 사람을 만나 인간적으로 감동 받는 즐거움 또한 대단하다. 길을 묻는 여행자에게 상대방이 친절하게 응대해 줬을 때 그 지방에 대한 인상까지 절로 좋아졌던 기억을 우리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여행 중 자주 들려야만 하는 곳이 식당이다. 식당에서 주인이나 종업원으로부터 정성껏 대접을 받았다고 생각되어 질 때도 마찬가지이다.

이번 친구들과의 남해 여행 중 삼천포 활어시장 입구에 있는 한 허름한 식당에서 겪었던 일이다. 우리 일행이 거기에 도착한 때는 점심 먹기에는 이른 오전 11시 경이었다. 그 식당은 주로 어시장(魚市場)에서 새벽일을 마친 사람들이 식사를 하는 곳으로 10시 반이 지난 후에는 손님을 받지 않는다 했다. 우리가 들렀을 때도 밥이 떨어져 곤란하다는 주인장의 표정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기다릴 수 있다고 하니 두 말 없이 앉으라고 했다. 우리가 인근 활어시장에서 횟감을 떠와 초장을 부탁하니 귀찮은 내색 한 번 하지 않고 주었다. 게다가 청도 하지 않았는데 된장도 필요하겠다면서 가져다주었다. 우리가 고마움의 뜻을 표하자 이번에는 비싼 털게 네 마리를 그냥 서비스했다. 이러한 주인의 손님 접대와 마음 씀씀이에 우리 일행은 감동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식당으로 인해 삼천포에 대한 좋은 인상은 평생 머리에 남을 것이다.

여행 중 보고 느낀 것을 정리하여 글로 남기는 작업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약간 번거롭긴 하지만 그걸 보상하기에 충분하다. 비록 글은 서툴고 사진은 보잘 것 없어도 여행을 복기(復棋)하면서 여행 중 느낀 감흥을 기록하는 일은 준비과정 못지않은 흐뭇한 일이다. 우리들 기억은 정확하지도 오래가지도 않는다. 가끔 지난 날 쓴 여행후기를 뒤져보면 다시 그 여행길에 오른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훗날 그 기행문을 한 데 모아 책으로 엮으면 그게 곧 자신의 인생 발자취가 될 것이다.

여행을 통해 이러한 즐거움을 맛보고 배우는 것이 많기에 예부터 아끼는 자식일수록 여행을 보냈던 것이다. 집 나서면 고생인줄 뻔히 알지만 그 가운데 낙이 있다고 무전(無錢)여행도 서슴지 않았다. 나이 들어 제일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새로운 물건을 사는 것이라 한다. 그 대신 많이 돌아다니라는 것이 인생 선배들의 조언이다. 우물쭈물하고 있을 때 인생은 끝나기 때문이다. 아직 건강할 때 많이 돌아다니도록 하자. 여행이 반드시 돈 많이 드는 외국 나들이를 뜻하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외국 못지않게 구석구석 돌아 볼 곳이 널려 있다. 인생은 짧고 이래저래 할 일은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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