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시환 부장은 일요일만 되면 집에서 하루 종일 잠만 잤다.

“일주일 동안 너무 피곤했으니까 일요일만큼은 제발 깨우지 마. 12시까지 잘 테니까.”

“당신도 좀 일어나서 애들하고도 놀아주고 집안 청소도 좀 거들어줘요. 그리고 같이 외식도 하고 그래 봐요.”

“무슨 소리야? 오늘만큼은 실컷 잠 좀 자보자고.”

일요일마다 매번 작은 실랑이가 똑같이 오고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주 부장도 이제는 가족을 위해서 뭔가 좋은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먼저, 가장 쉬운 ‘칭찬의 법칙’을 떠올렸다.

굳게 결심을 한 주 부장은 드디어 어느 일요일, 아침 일찍 일어났다. 잘 안 나오지만 흥얼흥얼 노래도 부르고 휘파람도 불어가며 집안 청소를 했다.

‘기왕 기분 좋게 일찍 일어났는데 집사람을 위해서 내가 뭐 더 해줄 수 있는 게 없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주 부장은 ‘그래! 집사람이 커피를 좋아하지. 따끈한 커피를 한 잔 타다 줘야 되겠다!’라며 주전자에 직접 물을 끓여 탄 커피를 아내에게 가지고 갔다.

“여보! 이거 내가 탄 건데 한 잔 마셔보지 않겠소?”

“아니, 당신이……!”

아내는 약간 놀라는 것 같았지만 별다른 반응 없이 커피만 마셨다.

아내가 기대했던 것만큼의 반응을 보이지 않자 주 부장은 은근히 실망이 앞섰다.

‘이거 이렇게까지 했는데 별로 효과도 없잖아?’

그런데 다음날 출근하려고 하는데 아내가 작은 종이를 건네주며 말했다.

“여보! 회사에 가서 펴보세요.”

설레는 마음으로 펴본 쪽지에는 주 부장에 대한 아내의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여보! 당신이 끓여준 커피는 정말 향기로웠어요. 아직도 그 달콤한 향기가 제 마음에 남아 있어요. 저녁에는 당신이 좋아하는 매운탕 맛있게 끓여놓을게요. 물론 당신이 좋아하는 소주도 준비할 거구요. 사랑하는 아내가

 

주 부장은 마지막 구절을 읽으며 자신도 모르게 울먹였다.

‘이게 바로 사랑이구나! 이런 게 행복이야!’

열심히 일만 하고 돈만 많이 벌어다주는 것이 사랑이고 행복인 줄 알았던 그는 작지만 마음의 표현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광고업에 종사하는 권해동 사장은 아내의 생일날이 되자 고민이 태산 같았다.

‘여태까지 몇십 년이 다 되도록 그냥 지나간 생일을 뭐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챙기라고 그래? 이 나이에 케이크를 사가기도 그렇고, 아니면 다른 걸 사다줘? 에이, 그냥 가지 뭐.’

젊은 사람들처럼 선물하기도 쑥스럽고 안 하자니 미안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이었다. 그러던 차에 권 사장은 생각을 바꿔 ‘그래! 솔직하고 진지하게 칭찬을 해보자! 내 진심을 이때 한번 보여주는 거야!’하고 마음먹었다.

그 길로 제과점에 가서 맛있는 케이크를 고르고 정성스레 쓴 카드도 준비했다. 마침 아내가 쉰 살이 되는 생일이어서 장미꽃 50송이도 샀다. 마지막으로 와인까지 한 병 곁들였다.

‘내가 왜 평소 안 하던 짓을 하느라고 이 고생을 하나?’

잠깐 후회스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곧 마음을 가다듬고 집안으로 들어섰다. 한 손엔 케이크를 다른 한 손엔 장미꽃 한 아름을 들고 있는 남편을 본 아내는 “아니, 당신!” 하며 말문을 흐리고는 이내 얼굴을 돌렸다.

권 사장은 대학에 다니는 아들과 딸을 불렀다.

“자! 엄마의 쉰 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뜻으로 우리 축가를 불러드리자꾸나.”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엄마의 생일 축하합니다.”

축가가 끝나기도 전에 아내의 눈에서는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촛불을 끄고 케이크와 와인을 함께 맛보며 권 사장이 고맙다고 말을 하자, 아내는 촉촉이 젖은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에요. 여보! 제가 더 고마워요. 여보! 정말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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